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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2일 화요일

북한 사람들이 나에게 말해줬던 비핵화 해법

나는 북한이 지금의 북핵 해법을 막 개발하고 있을 당시에 그들과 면담을 했던 몇 안 되는 전직 관리 중의 한 명입니다. 그들과 함께했던 당시 대화는 비핵화 달성 방법에 관한 최상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북한이 비핵화 용의를 말할 때 이들은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는 의미일까요? 그리고 정확히 어떻게 비핵화하겠다는 걸까요? 예고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의 한복판에는 그 같은 핵심적인 의문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금주에 모든 일이 무산될 수 있다고 협박했는데, 이 협박은 김정은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비핵화 비전에 반대하면서 나온 얘깁니다. 북한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 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리비아 모델"을 소환하며 일방적인 비핵화를 주창한 볼턴에 대해 질타했습니다. 백악관은 신속하게 볼턴의 발언을 거둬들였습니다.

양측의 주고받은 말씨름으로 미국이 어떤 비핵화 계획을 세웠는지 분명해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미 전직 정부 관리로 구성된 단체가 북한 관리들과 회동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북한의 북핵 해법은 거의 드러난 것이 없습니다. 내가 다른 미국 관리들과 함께 참석하기도 한 2013년 북한 당국자들과의 연쇄 회동에 귀중한 단서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비핵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으며 예고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마련한 것이 거의 분명합니다. 백악관이 해법 보유했는지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당시 회동은 5년 전 일이지만, 김정일이 지금 극적인 효과를 발하고 있는 매우 초기 단계의 핵전략이 나와 있었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마침 병진 노선을 법제화했는데, 이 병진 노선은 핵무기 개발을 방패 삼아 북한 경제를 현대화한다는 구상을 말합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당시 개인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을 억제하기 위해 더 많은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우려한 것은 2012년 말부터 2013년 초 고조되던 긴장뿐만 아니라 한반도 상공을 계속 넘나드는 핵 능력을 갖춘 폭격기의 전개도 당연히 우려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한미 양국 정부가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과 함께 시작된 북한 지도부 교체 과정 중에 북한을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도 했습니다. 당시 한 북한 관리는 나에게 "핵"은 "생존"과 동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북한 관리들은 "현 상황"에서 만 핵이 생존과 같다고 말하며 북미 긴장 관계라 풀리면 접근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 6월 북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설명으로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김정은이 의장으로 있는 북한의 최고의 기관인 국방위원회는 비핵화 협상의 문이 열려있다는 중요한 내용의 새로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당시에 이를 두고 대미 선전으로 보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한 고위 외교관은 미국 대표단 멤버에게 자신도 북한 정부가 오래전부터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치부했던 비핵화를 다시 언급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나도 회동에 참석했었는데 북한 당국자들은 그 발표가 김정은 자신의 발표라며, 이는 북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거듭해서 비핵화가 미국과의 양자 회담의 의제로 올릴 수 있으며 심지어 2008년 중단된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협의에서도 의제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그런 입장은 환영할만한 유연성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비핵화 제안이 단순히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의 동맹을 고립시켜 미국 사람들과 동맹 사이를 갈라치기 하려는 수법은 아니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도 역시 비핵화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로 남들 보다 동정적인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인들과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하나의 방증이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다만 조건 하나가 있었는데, 미국이 예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전제 조건으로 걸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대화가 재개되면 그런 조치를 단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제안은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2012년 2월 "윤일 담판"의 붕괴로 한 번 덴 적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 합의로 핵과 미사일 시험이 중단되리라 희망했지만, 북한은 곧바로 장거리 로켓으로 우주에 인공위성을 발사했습니다. 2013년 내내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도움을 받아 물밑에서 대화를 시도했지만, 오바마 정부가 종종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증명해 보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그 전제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 셔틀 외교는 실패했습니다. 그 뒤 북한 정부의 대화 의사를 충분히 타진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대화는 싸게 먹힙니다. 북한 정부의 비핵화 선언은 단지 하나의 계략이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 정책 분석가들은 북한 정부는 성명을 가볍게 발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앞서 말한 민간 회담에서 북한 당국자들은 실제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당연히 북한 당국자들에게 비핵화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의 이 요구는 상당수 미국인에게 막연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당히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대북 "적대 정책"의 종식이 수반하는 것은 핵무기 제거의 대가로 정치적, 안보적, 경제적 대결을 멈추라는 것입니다. "정치적" 부문은 미국이 양국 사이 국교 수립을 통해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라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지적했듯이, 북한은 국제 사회에서도 미국이 한 번도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극소수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는 북한 정권을 축출하려는 미국의 본심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표입니다.) "안보적" 부문은 1950년대 이래로 한반도에 존재해온 전쟁 상태를 정전 협정을 영구 평화 조약으로 대체함으로써 한국 전쟁을 종식하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제 부문은 한국 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북한에 부과된 무역 제한과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 모든 요소가 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통합되는 것으로 상정합니다. 매 단계에서 쌍방은 최종 결과로 도달하기까지 적대 정책의 종식과 비핵화 조치를 동시적으로 밟아 나간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자체 방정식 해법으로 3단계의 직관적인 절차를 시각화했습니다. 이는 자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마지막 단계로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 시설까지 폐기한다는 내용입니다.

북한의 계획은 고무적이지만, 잠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3단계 절차가 그대로 진행되려면 미국은 비핵화의 각 단계에서 "적대 정책" 폐기 의사를 보여주기 위해 취할 조치를 미리 선언하기를 원합니다. 그러고 나면 북한이 핵 프로그램 동결에 착수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 대표단은 그런 식의 선언은 북한의 동일한 절차가 배제된 채 미국이 취하게 될 모든 조치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거라고 설명하자 북한 사람들은 상호 이행을 약속하는 양자 선언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상 예고된 트럼프-김정은 회담의 이상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북한이 자체 모든 핵 능력에 대한 다시 말해 실험뿐만 아니라 폭탄 재료 생산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초기 동결은 흥미롭지만, 다른 문제가 제기됩니다. 이러한 동결은 북한이 더 많은 무기급 재료를 생산하지 못하게 하고 자체 무기 폐기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큰 진전일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새로운 폭탄 제조에 도움이 될만한 시설을 숨기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현장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북한 대표단이 검증 요건을 제기하면 북한도 그 점이 큰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문제가 된다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창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앞서 부시 행정부 당시 협상에서 북한은 그러한 조치를 수용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2013년 당시 회동 중에 북한 당국자들은 마찬가지로 미국에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미국은 남한 보호 목적의 핵우산을 중단하고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그러한 요구는 현실적으로 미국과 남한 모두한테 전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며 대화 중간에 제동이 걸리는 결과를 낳을 거라는 현실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과거에도 한 번 이상 그랬지만, 최근에도 그 요구를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이미 5년 전에 북한의 이러한 비핵화 게임 계획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뒤 북한의 핵 능력은 그동안 크게 발전했습니다. 그 게임을 그들과 논의하기 위한 노력이 최근 또다시 민간 부문에서도 있었지만, 실패했습니다. 아마도 북한 사람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의를 기대했을 것이고 그들의 협상 카드를 노출하기 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북한의 2013년 계획에서 일부 수정이 가해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북한은 이미 2013년 계획에서 탈피했습니다. 미국의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방향 전개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 실험 장소를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는 5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어쨌든 북한이 당시 제시한 제안은 다가오는 북미 협상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명확한 그림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개략적으로 제시한 내용은 단계적 비핵화 절차로써 북한의 비핵화 단계마다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동반합니다. 이 방식은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이후에 그에 따른 혜택을 받게 되는 존 볼턴이 추인한 "리비아 모델"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는 볼턴의 견해를 반드시 추인(推認)하지는 않습니다. 수잔 손턴 국무부 차관보 대행은 지난주 장기간의 비핵화 절차에서 여러 단계가 예정되어 있다면서, 핵심 이슈는 어떤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가 여부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비핵화에 대한 이러한 차이점이 어떻게 해결되고 북한 사람들과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지가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북한을 무장 해제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기회의 성패에 못지않게 위험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손턴의 접근 방식은 실제 장기적인 비핵화 실현을 의미입니다. 볼턴의 접근 방식은 확실히 그렇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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