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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3일 일요일

망가진 미국 의료 시스템의 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코로나19 대유행

미국의 코로나19 발병 건수나 사망자 건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체의 32%이고 사망자는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원한 중국은 인구가 4배 더 많은 나라지만, 발병 건수와 사망 건수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선 재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뉴욕에서는 사망자를 감당하기 위해 수십 대의 냉동 트럭이 투입되고 있으며, 치료를 받지 못해 집에서 사망하는 사람들이 수백 명이며, 시체 안치소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집단 묘지를 사용해 시체를 보관하고 있고, 보건 전문가들이 사용할 기본적인 개인 보호 장비와 인공호흡기, 투석기가 부족하다.

뉴욕의 마이크 파파스 박사는 그와 여타 보건 전문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관해 설명했다. 개인 보호 장구가 부족하다는 말은 의사와 간호사가 마스크나 보호복을 재사용하거나 어떨 때는 아에 그것도 없이 근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들은 자신과 환자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방호복 대신) 쓰레기봉투를 몸에 두르고 있다. 파파스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직원이 부족한 점, 병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복도나 구내 식당을 치워야 한다거나, 병원 관리인들이 인공호흡기 추가 구매를 꺼리는 등 스트레스를 받는 여러 가지 사례에 대해 말했다.

미국 사람들은 전방위적인 대유행병과 경제 붕괴라는 쌍둥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바이러스 확산 차단과 재정 지원 조치를 단행하지 못한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하기 쉽다. 현실적으로 위기의 근원은 트럼프 이전부터 존재했다. 미국은 누가 대통령이 됐건 간에 전염병 기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시스템이야.

크게 보면 미국의 보건 제도가 우리가 필요한 것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재난 상황을 낳은 원인이 된 것이다. 미국의 보건 제도는 대중의 복지가 아니라 기업 이윤을 위해 고안되었고, 단편적이고 차별적이다. 대유행 이전에도 미국은 다른 부유한 나라들에 비해 예방 가능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고 기대수명도 줄고 있었다.

다른 선진국보다 두 배나 비싼 미국의 시스템은 거의 모든 측면에서 이익을 뽑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런 구조는 건강에 문제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며 건강한 보험 가입자를 경쟁적으로 모시는 민간 보험업자들이 수백 개가 있건,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최대로 단가를 물리는 제약회사들이건 다르지 않다. 심지어 병원들조차 심장병이나 정형외과와 같이 수익성이 높은 분야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필수 과목을 폐쇄하고 있다.

미국 파산자의 3분의 2가 의료비 때문에 발생

현재 건강보험 미가입자는 3천만 명이 넘는다. 지난 5주 동안 2,600만 명 이상이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하면서 이 중 500만 명의 건강보험이 해지되었다. 건강 보험 미가입자는 6월까지 1,300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수천 달러를 자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수천만 명은 건강 보험에 가입할 여유가 없게 된다.

건강보험을 가입했더라도 진료를 받으러 갈 곳이 없을 수도 있다. 지난 45년 동안 미국 인구가 1억 명 이상 증가했는데도 병원 병상 수는 약 60만 개 줄어들었다. 병원에서는 병원문을 열어둘 만큼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시골 지역에서 문을 닫았다. 나머지 1,844개 병원 중 여타 453개 시골 병원은 폐업 위기에 처했다. 가난한 지역사회에서 100년 이상 봉사했던 도시 병원들은 재개발 여파로 고급 주택이나 소매업소에 자리를 내어 주면서 문을 닫고 있다.

코로나19로 드러나게 된 또 다른 치부는 상품과 장비 공급망이다. 2월과 3월 초를 보면 바이러스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경우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진단키트를 구매하기 보다는 자체 진단키트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진단검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보호 장비 부족이 너무나 심각한 상태이다. 미국의 주 정부들은 공급처들이 많게는 1,000%까지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기본적인 진단키트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다투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적인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하라는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이 전 국민 건강보험을 이미 시행했다면 현재 겪고 있는 많은 문제가 더이상 존제하지 않을 것이다. 미 하원이 발의한 법안에 규정된 대로라면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상태에서는 미국의 모든 사람이 사전에 보험금을 납입하지 않더라도 출생부터 사망까지 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인들이 겪게 되는 재정 파탄을 완화해 줄 것이다. 예를 들어, 3월에 코로나19 증상이 있던 어떤 간호사가 진단 검사와 치료를 요청했고,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는데도 치료비가 3만 5천 달러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았다. 미국 파산자의 3분의 2가 의료비용 때문에 발생한다.

이익보다 사람이 먼저다

좀 더 사회화된 접근법을 견지하는 더 근본적인 사례의 경우가 더 잘 작동한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역량을 발휘한 전 세계의 의료 시스템을 살펴보면 보편적인 보험 적용, 중앙식 설계, 이익보다는 보건 원칙을 앞세운다는 특징이 주축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경제 제재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조차도 미국보다 감염병 확산 차단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개선된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상태에서는 병원이 문을 닫거나 고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진료 과목을 폐지하지는 못하게 된다. 모든 병원과 보건 시설은 운영 비용과 자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예산을 받게 될 것이다. 투자회사들이 병원을 매입해 파산으로 몰아넣고 방치하는 시대는 끝날 것이다.

또한, 연방 정부가 의약품과 의료용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가격을 낮출 수도 있고, 필요한 것들을 국가에서 챙겨 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적인 기능이 될 것이다. 입찰 전쟁과 가격 폭리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 측면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특징을 보인다. 한 전문가는 다음 겨울 독감 철이 되면 더욱 악화할 거로 예측한다. 그러나 미국은 오랫동안 의료비로 가장 많은 돈을 쓰면서도 여전히 보건 부문의 성과는 형편없다는 점에서 별종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 한국, 쿠바, 베네수엘라와 같이 전염병을 잘 대처해 온 나라들은 그들의 의료 시스템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중앙식 설계, 보편적인 보험 적용 및 공중 보건에 초점을 맞춘 의료 제도.

미국이 마침내 비슷한 제도를 채택하느냐는 사람들이 실제 어떤 요구를 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확실히 그런 요구를 하기에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적기가 아닐 수 없다.

원문 보기: The Covid-19 pandemic exposes deep flaws in America’s broken healthcare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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