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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6일 화요일

코로나19: 어떻게 육류 산업이 세계 보건의 골칫거리가 되었나

2019년 1월 28일 도살업자들이 독일 푸에르스텐펠트브룩의 하센하이드 도살장에서 일하고 있다. © 마이클라 레흘, 로이터 통신

사우스다코타에서 브라질, 독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육류 가공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의 식량 시스템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불가피한가?

사태는 사우스다코타에서 시작되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의 몇몇 대도시들이 봉쇄 조치에 돌입하던 시점인 3월 25일 인구 181,000명의 도시 수 폴즈에 있는 돼지고기 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 공장의 몇몇 사람들은 그것이 첫 발병 사례가 아니라고 의심했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스미스필드는 3월 25일 발병 사실을 신속하게 확인해 줬지만, 평상시처럼 계속 공장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3주 후 수 폴즈 공장은 3,700명의 직원 중 644명이 감염되어 미국 최대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장소가 되었다. 사우스다코타주의 모든 발병 사례의 절반 이상이 이 공장과 접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시시피에서 워싱턴, 텍사스에서 네브래스카까지 쇠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공장 등에서 (코로나19) 집단 발병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었다. 대다수 공장에는 폐쇄 조처가 내려졌는데, 사우스다코타처럼 몇몇은 그렇지 않았지만, (트럼프에 의해) "필수 사업장"으로 간주되어 여전히 출근이 당연시되는 육류 포장 노동자들에게는 별 차이가 없었다.

식품환경보고네트워크에 따르면 22일부로 미국 육류 포장 노동자 17,0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으며, 66명이 사망하였다.

이 노동자 중 많은 수가 바이러스를 그들의 가정과 지역사회로 옮기면서 코로나19의 확산을 심화하고 있다. 노조와 직원 당사자들에게도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수 폴즈 현지 스미스필드 육가공 공장과 같은 시설에는 평균 시급이 15달러라 대다수 노동자는 하루 벌어 하루 생활을 했고, 그만둘 경우 실업 수당을 받을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다.

스미스필드 노동자들은 4월 교대 근무를 모두 마친 노동자들에게 500달러의 '책임 보너스'를 약속하는 등 몸이 아프더라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주어졌다고 한다. ("코로나19에 노출되었거나 진단을 받아 일하지 못 하는" 사람을 포함해 모든 시간제 노동자들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노조 대표들이 3월 초부터 일찌감치 코로나19 오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노동자들은 보호장비가 불충분하게 제공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근로자들이 직면한 위험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관통하는 불평등의 심각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아이오와에서 인도에 이르기까지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봉쇄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온몸으로 감수하고 있다.

육류 가공 공장은 특히 단적으로 이러한 추세를 보여준다. 지난달, 미국 중서부와 남부의 시설에서 처음 볼 수 있던 코로나19 클러스터의 양상은 브라질,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스페인,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도 생겨났다.

캐나다 앨버타주에 있는 유일한 육가공 업체인 카길 공장에서는 약 2,000명 중의 949명의 직원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2명이 사망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에서도 육가공 공장은 주로 이민자와 많은 경우 난민으로 채워진다. 그들 대다수는 전쟁터나 기타 위험으로부터 피신한 사람들로 에티오피아에서 엘살바도르, 베트남 등의 국가 출신자로 영어를 거의 하지 못 한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5월 초 봉쇄조치가 완화될 무렵에 처음으로 등장한 코로나19 클러스터 가운데 도축장과 육류 포장 공장 등이 포함됐다. 독일의 육류 산업도 역시 이주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종업원의 약 80%가 임시직 노동자인데, 대부분이 루마니아, 폴란드, 불가리아, 동유럽과 남유럽 등지의 타국 출신자들이다.

노동자들은 "그들의 도살 대상이 되는 물건만큼이나 소모품"이다

그렇다면 왜 육류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심한 타격을 입었을까?

"한마디로 독점 탓이다."라고 텍사스-오스틴 대학의 린든 B. 존슨 공과대학 연구교수이자 세계 식량 시스템 전문가인 라즈 파텔은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육류 산업은 단지 소수의 대형 업체로 집중화하는 경향이 있다."

2016년 미국 농무부의 보고를 보면 4대 육류 포장업체가 차지했던 비중이 "미국 도축용 가축 매입의 거의 70%를 차지했던 것에 반해 1980년 대에는 26%에 불과했다."라고 파텔은 지적한다.

다른 주요 육류 생산국 역시 육류 산업이 일부 업체에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농식품및관광노조연합(EFFAT)의 2011년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및 영국에서 상위 5개 쇠고기 및 가금류 생산 업체가 각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파텔은 이렇게 많은 육류 가공 공장에서 나타난 코로나19 집단 발병 사태는 산업 통폐합을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객관적인 교훈"을 준다고 말한다. "여기서 교훈이란 살아남으려면 대형 업체들이 채택한 일종의 관행을 나머지 모든 업체가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육류 업체의 관행이란 사람과 기계 사이 작업 간격이 매우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다 보니 동물 사체가 생산 라인을 매우 빠르게 통과하고 있다."

동물 사체가 생산라인을 따라 더 빨리 움직일수록 노동자들은 더 간격을 좁힐 필요가 생기게 되니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 입자로 인해 노동자들이 감염될 위험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육류 시설의 저온 다습한 밀폐성도 하나의 (감염)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파텔은 노동자 안전 수칙과 "라인 속도"가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초대형 기업들이 정한 기준은 점점 더 세계적인 표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는 다른 산업의 근무자들이 받는 노동권 혜택이 평균 이상인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도 육류 산업의 근로 조건은 표준 이하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독일 가금류 생산 라인의 속도가 미국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한다. 더구나 독일 육류산업은 제3의 업체가 임시계약으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책임지는 하청계약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때에 따라서는 이들을 비좁은 기숙사에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민자 노동력 착취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이런 관행이 허용되면서 이민자 노동력 착취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이런 관행이 허용되면서, 거대 업체는 책임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

이런 노동 환경에서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도살 대상이 되는 육가공 제품만큼이나 소모품 취급을 받게 된다." 심지어 코로나19를 대체로 통제하고 있다는 독일과 같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육류 산업의 독점과 집중으로 인한 최악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곳이 바로 생명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현장이 된 것이다."라고 파텔은 덧붙였다.

보다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에 대한 요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육류 산업이 국제적인 집중 조명을 받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간단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고기를 덜 먹자는 것이다. 파텔은 육류 소비를 대폭 줄이는 것이 노동자와 환경 모두에 있어 식량 시스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는 열쇠라는 데 동의하지만, 채식주의자나 채식 위주로 가자는 요구는 전염병으로 부각된 문제에 대한 "부분적인 해답"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더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개척해 나갈 때 식품 노동자들의 요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 말은 어떤 경우에는 사실상 육류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에 의해 육류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주 중 하나인 아이오와주의 라틴계 노동자들이 이끄는 연합이 육류 포장 시설에서 "용서할 수 없는" 노동 조건에 항의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고기 없는 5월"을 요구했다.

또 다른 미국 노동운동 단체인 푸드체인 노동자연맹(FCWA)은 병가, 의료 보장, 결사의 자유 및 기타 보호를 보장하도록 기업과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 시민들이 위험에 직면한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사항을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더욱 완화된 일련의 권장 사항 목록을 발표하였다. 노동자에 대한 증상 검역; 노동자 사이 작업 공간 확대(특히 "육류 가공 비율"을 낮추는 식으로); 청소와 소독을 강화하고; 다국어 교육과 훈련 제공 등이다.

최근 (육류 가공 공장의) 집단 발병 이후 대중적 압력을 받게 되자 독일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계 개혁안을 발표했다. 2021년 1월 시행될 개혁안에는 하도급 금지나 보건 및 안전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3만 유로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농민연합이 소규모로 지역 유류 생산으로 복귀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 단체는 이번 주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육류 가공의 현지화 복귀는 더 탄력적인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조치 중 하나이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그런 제안을 반영하고 있고, 아울러 이번 주에는 그런 내용을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전략"을 위한 유럽 전역의 그린딜 로드맵의 하나로 발표하였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지역 및 지역 식품 시스템의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 축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전략"에서는 또한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한다.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줄이고 과일과 채소가 많은 식물성 식단으로의 전환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위험뿐만 아니라 식품 시스템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게 된다."

파텔은 이런 내용이 단계적으로 모두 중요한 절차이지만, 쉬운 해결책은 없으며 식품 산업의 여건 개선은 궁극적으로 식품 구매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농경 사업의 규모 축소도 거기에 포함되지만, 이주 노동자에 대한 후한 급여 지급, 아울러 모든 노동자에 대한 처우에 맞는 임금 지급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렇게 하면 공정한 조건에서 생산된 식품을 모두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화석 연료 노동자를 대상으로 제안했던 것과 같이 육류 산업 노동자들도 더욱 지속 가능한 제도로의 "정당한 전환"이 이뤄지도록 대우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파텔은 지금이 그러한 전환을 시작할 드문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방향을 틀 때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상상해 볼 수 있고, 지속적인 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력이 있는 시대를 당신이 원했다면 지금이 바로 그 시기를 맞이할 순간이다.

원문 보기: Covid-19: How the meat industry became a global health li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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