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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5일 화요일

미국 엘리트의 억측을 무너뜨리는 남한의 정상회담 보도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발표에 대한 미국 정치계의 반응과 미디어 보도의 기저에는 김정은이 비핵화 구상을 거부할 테니 회담이 성공할 수 없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안보 참모가 전한 김정은과의 회동에 관한 전체 보도를 보면 김정은이 미합중국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북한)간의 관계 정상화와 연계된 완전한 비핵화 계획을 제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런 내용은 남한의 통신사 연합뉴스가 보도했지만, 미국 뉴스 매체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10명 인원의 남한 대표단을 영접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5월 5일 주최한 만찬에 대한 정의용 실장의 보고를 보면 북한 지도자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북미 관계 정상화 방안"에 대해 대화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정 실장의 보고에서 가장 핵심을 꼽자면 정 실장이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는 사실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한 지점이다.

남한 국가안보실장의 보고는 김정은이 결코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국가 안보 및 정치 엘리트 사이에 확고한 믿음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안보 보좌관이자 전직 국방부 관리를 역임했던 콜린 칼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 발표에 대해 김정은이 "이 시점에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한다는 것은 전혀 염두 밖의 일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콜린 칼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은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미국은 새로운 평화 조약과 외교 및 경제 관계의 정상화 등의 형태로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거부 의사를 부시와 오바마 정부가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미국의 대북 정책 패턴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대북 정치 이야기의 한 단면이다. 이 대북 정치 이야기의 대척점에는 북한을 적대시하는 미국의 기조를 바꿀만한 합의를 미국을 상대로 타결 짓기 위한 협상 카드로 핵과 미사일 자산을 활용하려는 북한의 노력이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냉전 시기 배경으로 1976년에 시작된 핵 능력이 탑재된 미국 비행기가 동반되는 연례 "팀 스피릿" 연습을 중단하라고 북한이 요구했던 적이 있다. 리온 시걸의 저서인 "이방인의 무장해제"에 나오는 미국이 7차례 걸쳐 북한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핵 위협을 가했다는 권위 있는 해설을 상기한다면 미국인들은 북한이 이 연례 군사 연습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1991년 냉전의 종식과 함께 더욱 위협적인 상황이 전개되었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구소련 동맹국들과 관계를 절연했을 당시 북한은 갑자기 수입이 40% 감소한 데 이어 산업 기반이 내부적으로 취약해졌다. 엄격한 국가 통제를 받는 북한 경제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한편 북한의 대남 경제, 군사적 균형이 마지막 20년 냉전 기간 거듭해서 불리한 쪽으로 확대되었다. 남북한의 1인당 GDP는 1970년대 중반까지 거의 동일했으나 1990년에는 남한의 인구가 북한의 두 배가 넘는 상황에서 북한의 1인당 국내 총생산 규모가 북한의 GDP보다 이미 4배나 커지는 등 급격히 격차가 확대되었다.

또한, 북한은 군사 기술을 대체할만한 투자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1950년대와 1960년대의 구식 탱크, 방공 시스템, 항공기로 버텨내야 했지만,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최신 기술을 계속 받아들였다. 그리고 북한을 옥죄는 심각한 경제 위기 끝에 지상군의 상당 부분은 농작물 수확, 건설 및 채광을 포함한 경제 생산 업무로 전환해야만 했다. 군사 분석가들이 보기에 이러한 현실은 조선 인민군이 더 이상 남한에서 몇 주 이상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졌다.

결국, 김 정권은 이제 과거 어느 때보다 중국의 경제적 지원에 갈수록 의존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 부닥쳤다. 이렇게 강력하고 복합적인 위협 상황에 직면한 북한의 창립자 김일성 주석은 냉전 이후 근본적으로 새로운 안보 전략을 출범하게 되었다. 그 전략은 북한의 초기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활용해 정상적인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한 포괄적인 북미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런 장기적인 전략적 게임 속에서 나온 첫 번째 움직임은 1992년 1월 김용순 노동당 국제비서가 아놀드 캔터 미국 국무부 차관과의 회동 자리에서 놀랍고 새로운 대미 기조를 발표했다. 김용선은 김일성 주석이 북미 수교를 원하며 미군의 장기 주둔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캔터에게 말했다.

1994년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를 이끌었다. 제네바 기본 합의에서 북한은 플루토늄 원자로를 해체하는 대가로 경수로 건설을 약속받고 미국은 북한과 정치 및 경제 관계의 정상화를 공약하였다. 그러나 이들 공약은 즉각적으로 달성될 운명이 아녔다. 미국 뉴스 매체와 미 의회는 대부분 기본 합의의 핵심적인 거래 내용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심각한 홍수와 기근에 시달린 이후 1990년대 후반에 북한의 사회 경제적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악화하면서 CIA는 북한 정권의 임박한 붕괴를 시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래서 클린턴 행정부 관계자들은 관계 정상화로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4년 중반 김일성 사망 이후 아들 김정일은 아버지의 전략을 더욱 열심히 추진했다. 김정일은 1998년 북한의 첫 번째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단행하자 클린턴 행정부는 놀란 나머지 제네바 합의에 따른 후속 합의에 관한 외교 행보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김정일은 1998년 미국과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협상을 시작으로 2000년 10월에는 조명록 차수를 워싱턴 특사로 파견하여 빌 클린턴과 만나도록 하는 등 일련의 외교적인 행보를 이어 나갔다.

조명록 특사는 북한의 ICBM 프로그램과 핵무기를 미국과 큰 거래의 일부로 포기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워싱턴에 도착했다. 조명록은 백악관 회동 석상에서 클린턴에게 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하도록 권유한 서한을 전달했다. 당시 조명록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당신이 평양에 올 경우 김정일 위원장은 모든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부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평양에 급파했고 그곳에서 김 위원장은 미사일 협정 문제에 관한 상세한 답변을 제시하였다. 김정일은 또한 올브라이트에게 북한이 미군의 남한 주둔에 대한 견해가 달라졌다며 미국이 한반도에서 "안정자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김정일은 북한군 내부의 일부 사람들이 이런 견해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이는 미국과 북한이 관계를 정상화한 경우에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평양에 가서 합의에 서명할 준비가 되었지만, 그는 가지 않았고,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이 주도한 북한과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애초의 움직임을 뒤집었다. 향후 10년 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축적하기 시작했고 ICBM 개발에 큰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9년 미국 언론인 2명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은 지금과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6년 10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중에 클린턴과 김정일 회동에 관한 메모에 인용된 김정일의 발언은 이렇다. "2000년에 민주당이 승리했으면 양국 관계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모든 합의가 실현되고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은 경수로를 확보했을 것이며, 미국은 복잡한 세계에서 동북아에 새 친구를 얻었을 겁니다."

미국의 정치 및 안보 엘리트들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던가 전쟁의 위험을 각오하고 "최대한 압박"하는 구상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지금 우리에게 확인해 주듯이 그런 견해는 한참 잘못됐다. 김정은은 ​​2011년에 사망하기 전까지 그의 부친이 실현하지 못한 애초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담긴 비전에 여전히 뜻을 품고 있다. 진짜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와 더 나아가 미국 정치 체제 전반이 그 기회를 활용할 역량이 있는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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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문 보기:South Korean Report on Summit Discredits U.S. Elites' Assum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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